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성주배치 결정이 대구·경북민심을 흔들고 있다.
주민들을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정부가 사드 배치지역을 결정하면서 해당 지자체나 주민들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특히 주민피해가 예상되는 전자파 등 사드 도입에 대한 실체적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은 채 지역 배치결정이 이뤄졌으니 `깜깜이 정책 결정` 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는 지난 2013년 괌에 사드배치할 때와 비교해도 너무 대조적이다. 당시 미군당국은 자국령인 괌에 임시 배치된 사드를 영구 배치로 전환하기 위해 주민설명회를 열고, 공기나 수질 오염 범위, 식물 종별 피해 규모가 조사된 환경평가보고서까지 공개했다. 미군은 또 괌 주민설명회에 앞서 영상 지도로 사드 포대의 위치를 공개하고, 기지에서 내뿜는 전자파로 인해 레이더 앞 90도 각도의 통제구역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미군은 사드의 국내 도입 과정에서는 이런 절차를 전혀 밟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니 국가안보 차원에서 주민들을 설득해야 할 입장인 지역구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인 군수나 경북도지사마저 중앙정부 행태가 못마땅할 수 밖에 없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지자체는 공장 하나가 들어와도 인근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데 사드 배치라는 중차대한 국가적 행정행위를 성주군민들의 동의없이 진행할 수 있느냐”며 “이는 불법이자 원천무효”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역시 “어려운 일일수록 정부에서 먼저 (지자체에)알리고 상의해 군민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이건 맞지 않다”고 성토했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대다수인 TK(대구·경북) 의원들 역시 단체로 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에 대해 비판적인 성명을 내놨다. 특히 친박 핵심인 최경환 조원진 의원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의 곽상도 의원 등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당사자들까지 정부의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지역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성명에 서명했다는 것은 얼마나 정부당국의 일처리가 서툰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당은 사드 배치와 관련, 정부가 국민들에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수단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을 따갑게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를 위해서는 국회 동의, 더 나아가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백승주(구미갑) 의원의 말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백 의원은 “국회의 동의보다는 국민의 동의절차가 필요하며, 그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주한미군이 중요한 자산을 가지고 올 때는 한미동맹조약과 소파라는 주한 미군지위에 관한 법을 통해 적합하게 하면 된다”면서 “우리 정부가 그 법에 맞게 조치한 것이면 국민에 대해 우리가 동의를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한미군의 무기가 들어올 때마다 국민투표나 국회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어쨌든 이번 사드사태가 지역 민심 이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정부가 지역과 관련한 주요 국책사업을 결정할 때 법적절차의 정당성에만 포커스를 맞춰 밀어붙이는 데서 출발한다. 사드뿐만 아니다. 핵폐기물처분장, 핵발전소 등 국책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국책사업 해당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정부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심수습 매뉴얼을 치밀하고 꼼꼼하게 갖추고, 차근차근 사업을 추진하는 성숙한 정부가 돼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지역주민과 함께 울고 웃는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에 미리 협조를 구하는 것이 흐트러진 민심을 원만히 수습하는 비결이란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