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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나무 열매

등록일 2015-11-16 02:01 게재일 2015-11-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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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현 명
아내가 숲길에서 품고 온

단단하나 안으로 걸어 잠그고 둥글

게 웅크린

그래서 단단한 새알 같은 열매

커다란 접시 위에 놓았더니

제법 향을 내어 거실 가구들이 킁킁

댄다

잊혀 질만큼 해가 드나들었던가 말

았던가

바람이 드나들었던가 말았던가

아이의 손끝에서 그만 퍽 바스라졌다

아니 그건 피어났다

수천 개의 날개를 단 머리들이 접시

에 수북 붕붕대었다

그걸 아이는 폭탄이라고 했다

그걸 아내는 꽃이라고 했다

저렇게 수많은 걸 한 몸이라 생각하

다니

꽃잎들을 다시 숲으로 가져가서 흩

어주어야겠다

하나하나의 몸에서 수많은 폭발이

일어나겠지

무수히 많은 길을 내는 생명의 꽃무리

조현명 시인은 태생적으로 착하고 순박하다. 작고 보잘 것 없는 풀꽃 하나에 작고 찌그러진 열매 한 톨에 시인의 시선은 집중된다. 소외되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에 다가가서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고 뜨겁게 호명함으로써 숨결 고운 생명체로 일으켜 세우는 시인의 마음이 따스하기 그지없다. 그 연민 어린 마음길을 따라가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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