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호 승
나는 무엇이었을까
오월의 나뭇잎에 어리는 햇살이었을까
길가에 핀 한 송이 작은 풀꽃이었을까
아니면 남해의 어느 섬 절벽 위에 둥지 튼
바닷새의 작은 새알이었을까
아마 엄마가 날 낳기 전
나는 엄마의 사랑의 마음이었을 거야
마음의 중심에 있는
작은 씨앗이었을 거야
생명의 근원을 추적하는 이 시는 따스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생명의 출발점을 엄마의 사랑의 마음이라고 말하는 인식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 어린 아이의 이러한 물음에는 해맑고 순진한 마음이 묻어난다. 생명의 출발점이 햇살이기도하고, 작은 풀꽃이기도 하고, 바닷새의 작은 알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인은 가장 소중하고 거룩한 엄마의 사랑의 마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모성, 그 위대한 생명의 본향에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