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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전 여관비 이제 갚습니다”

김종철기자
등록일 2015-09-14 02:01 게재일 2015-09-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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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걸 국민대 명예교수<BR>해방직후 귀향길에 숙박<BR>주인없는 틈을 타 달아나<BR>현금 50만원·사연담긴 편지 <BR>청송 진보면사무소에 보내와
▲ 조동걸 국민대 국사학과 명예교수(83)가 지난달 25일 청송군 진보면장에게 보낸 편지. /진보면사무소 제공

여관 숙박비가 없어 주인이 없는 틈을 타고 도망쳐 버린 노교수가 70여년이 지나 속죄의 편지와 함께 여관비를 보내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청송군 진보면사무소에 한 통의 등기우편이 도착했다. 익명으로 권영상 진보면장에게 보내는 편지와 현금 50만원이 동봉돼 있었다.

편지의 사연은 여관 주인을 찾아 여관비로 전해달라는 내용과 함께 어린시절 `실수`를 참회하는 고백이 담겼다.

편지의 내용은 1945년 9월13일 서울 양정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었는데 해방을 맞아 고향인 영양군 일월면에 가는 길이었다. 그날 안동에 도착하자 차편이 없어 마침 트럭을 얻어 타고 가게 됐다.

그러나 그 트럭은 영양까지는 가질 않고 경계인 청송군 진보면까지만 가게 되어 이곳에서 내려야만 했다.

인적이 드물고 깜깜한 밤, 노인은 돈 한푼 없이 서성이다가 트럭일행들이 여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마냥 따라 들어가버렸다.

그는 여관 빈방에 일단 피곤한 몸을 눕히고 방값 걱정을 하다 그냥 잠이 들어버렸다는 것. 다음날 새벽, 눈이 떠였고 돈 없이 여관에 잠을 잤으니 걱정이 앞섰다. 노인은 때마침 여관 주인도 없고 해서 그냥 고향인 영양 일월로 가버렸다.

70여년의 세월을 지내다 보니 돈 없던 시절에 여관비를 못 준 것이 마음에 걸렸다. 여관비를 갚기 위해 나중에 여관을 수소문했지만, 그 여관은 이미 사라졌고 주인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 그는 온갖 궁리 끝에 1통의 편지와 50만원을 동봉해 최근 진보면사무소 면장에게 여관 주인을 꼭 찾아서 전해달라며 보내왔다.

그는 편지에서 “서울 롯데호텔 하루 숙박료가 50만원이어서 50만원을 동봉했다”고 섰다.

진보면 사무소는 끝까지 편지를 보낸 사람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수소문 결과 편지의 주인공은 조동걸 국민대 국사학과 명예교수(83)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교수는 한국국학진흥원 원장, 한국사학사학회 회장, 백범기념사업회 고문, 한일역사공동위원회 한국 측 위원장을 지내는 등 국내 근현대사학계의 거목이다. 현재는 한 의료기관에서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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