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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안수진 그림자展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09-08 02:01 게재일 2015-09-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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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까지 봉산문화회관<BR>조각의 움직임에 시간 반영
▲ 안수진 作

전시장 입구 좌측 벽면에 두 개의 붉은 색 나무문이 문틀과 함께 설치돼 있다. 두 개의 문중에서 어느 한 문이 열렸다가 닫히면, 몇 초 뒤에 다른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힌다. 가끔은 두 개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가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닫히기도 하고, 문이 조금 열렸다가 다른 문이 닫혀있는지 확인한 듯 다시 문이 활짝 열리고 닫히는 상황들이 반복적으로 연출된다.

예민한 심리적 감수성을 전자 제어 장치에 의한 움직임으로 담아낸 `2doors`는 개인적인 삶의 공간과 폐쇄적인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이 이웃한 옆집을 대면하는 현장의 심리적 시간과 주변을 더 의식하는 강박적 순간을 시적으로 함축한 작품이다.

대구 봉산문화회관의 대표적 기획시리즈전인 `기억공작소`의 네번째 작가 조각가 안수진(53·성균관대 미술학과 겸임교수)의 `그림자`전이 봉산문화회관 2층 제4전시실에서 오는 11월 1일까지 열린다.

안수진의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조각)는 우리가 대면한 삶의 현장성 있는 서사 구조를 보여주는 시공간적 장치다. 전시 공간에 구축한 5개의 시적(詩的) 장치들은 최근 그가 주목하고 있는 조각에서의 `시간`을 `움직임`과 함께 구성한, 우리의 감수성을 압도할 정도로 예민하면서도 생명력 있게 움직이는 힘의 이미지 구조에 관한 것이다. 시간과 무관해 보이는 3차원 공간의 입체를 다루는 조각에서, 작가가 작업의 중요 요소로 인식하는 `시간`은 움직임이라는 물리적 운동을 순열 속의 작동 원리로 해석한 정교한 이미지이며, 조각에 덧입혀지는 살아있는 현장 현실의 `시간`이고, 조각을 통해 시각화하려했던 순수한 `시간`이다.

▲ 안수진 作
▲ 안수진 作

그것은 키네틱 조각의 `움직임`에 대해 무수히 많은 시간 그물망들의 중첩으로 인식하는 `시간`의 이해이기도 하다. 움직임을 시간의 중첩으로 인식하는 작가는 특히, 시간의 흐름을 잊을 정도로 대상과 관람자가 몰입하는 일체적 상황의 순간들을 연속적으로 중첩해, 그 두께로서의 시간을 인지하고 있다.

정종구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그림자`전은 시간을 조각의 움직임에 반영함으로써 시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세계와 인간, 역사, 삶, 사건의 현실 상황을 포함하는 그의 다른 조각 작업과 마찬가지로 근원적 `구조`를 밝히려는 `태도`이며, 너무나 친숙한 `일상`의 현실로부터 다시 기억하는 낯선 `움직임`으로서 우리 자신의 태도들을 환기시키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안수진 작가는 서울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토탈미술관, 금호미술관, 경기도현대미술관 등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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