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 웅
어질어질 봄 강은 흘러들고
모래 언덕 위에 납작 엎드린
두어 집 울타리마다 걸린 그물에
바다의 이빨이 말라붙어 졸고 있다
네온 불빛 현란한 어두움 저쪽
회색 숲 내장의 거품이 검은 띠를 이루고
소라의 슬픈 노래 하얀 포말로 전해오는
창망한 죽천리 바닷가
해마다 해당화 다시 돋고
피고 맺혀
조금은 알듯한 파도의 뒤척임이
오십 고개에 낮달처럼 걸리어서
활 활 달아올랐던 염천의 세월을
아슴아슴 되씹으며
가시 속 실눈을 틔우고 있다
죽천바다. 아름다운 해맞이 양지마을이다. 푸른 물결이 끝없이 와 닿고 해당화 곱게 피어오르는 바다언덕에는 푸른 희망의 깃발들이 휘날리는 건강한 꿈의 바다언덕이다. 이제는 새로운 항만과 방파제 축조로 아름다운 바다가 지워지고 있지만 시인의 가슴속에는 활활 달아올랐던 청춘의 세월과 함께 해온 바다를 잊지 못하고 있다. 끝없이 열리고 푸른 물결을 가져다주던 생명의 바다로 시인에게도 우리에게도 오래 남아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