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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마후라 유치곤, 소설로 부활

정철화기자
등록일 2015-06-12 02:01 게재일 2015-06-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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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다, 유치곤` 차인숙 지음 시간여행 펴냄, 296쪽
국내 유일의 203회 출격기록, 혁혁한 전공에 빛나는 전설적 전투기조종사인 `빨간 마후라` 유치곤의 삶이 장편소설로 되살아 났다.

소설가 차인숙이 유치곤 장군의 삶과 그가 온몸으로 살아낸 근현대사를 한 편의 장편소설에 담아냈다. `나다 유치곤`<시간여행, 296쪽, 1만4천원> 작가는 실존인물 유치곤을 치밀하게 추적하고, 풍부한 증언과 사료를 바탕으로 전쟁의 아픔과 삶의 뜨거움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아직 6·25의 상흔이 아물지 않았던 1964년. 전쟁 당시 공군조종사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컬러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특수촬영한 비행 장면, 호쾌하고 매력 있는 주인공 등으로 주목받은 영화 `빨간 마후라`였다. 서울 명보극장에서만 20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대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서울 인구가 300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국민영화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 나관중 대위의 모델은 실존인물이다. 6·25 당시 승호리 철교 폭파작전 등 전세를 좌우하는 중요한 작전에 참가하며 무수한 공훈을 세우고, 국내 유일의 203회 출격기록을 남기며 `불멸의 전투기조종사`로 불린 유치곤 장군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수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6·25 참전조종사들을 인터뷰하는 것은 물론, 유치곤 장군이 어릴 때 살았던 일본 후쿠오카, 6·25 당시 미군 전투기를 급히 공수해왔던 이타즈케의 미 공군기지 등을 직접 탐방하며 인간 유치곤의 삶을 면밀하게 추적했다. 그 결과 탄생한 이 소설은, 격동의 시대를 뜨겁게 살다간 한 인간의 일대기이자 열악한 상황에서 필사의 싸움을 해낸 초기 한국 공군의 역사 그 자체이다.

유치곤이 태어났을 때 조선은 일제에 강점된 지 오래였다. 가난과 차별 속에서 군국주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 소년 유치곤은 물정 모를 나이에 그저 하늘을 날고 싶어 소년비행병으로 입대한다. 일본군이 조선인 소년에게 비행교육을 시킨 것은 가미카제 특공대로 삼기 위해서였지만, 다행히 일본이 패망하면서 치곤은 무사히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라를 침략했던 일본에서 배운 비행기술 덕에 나라를 지키는 군 조종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 공군의 사정은 열악했다. 변변한 전투기 한 대 없어 국민 모금으로 훈련기를 마련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6·25가 터졌다.

그때부터 펼쳐지는 공군의 고투는 주먹이 불끈 쥐어질 정도다. 무장도 없는 정찰기에 올라 적진에 수류탄을 던지는가 하면, 미군으로부터 급히 공수받은 전투기에 올라 적응훈련도 충분히 못한 채 매일같이 출격을 감행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단독작전수행능력을 입증하고, 최정예 미 공군도 실패한 임무를 성공으로 이끈다. 그 선두에서 유치곤은 하늘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한다.

소설 `나다, 유치곤`은 아픈 역사의 상처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가 함께 역사이자 사람들의 삶으로서의 기억을 공유할 방법을 찾고 있다.

작가 차인숙은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결혼을 하고 난 뒤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1994년 한국여성문인협회 마로니에 백일장에서 `숲속에서`로 대상을 수상하고, 1995년 `아동문예` 문학상에 당선했다. 2002년 `실천문학`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1366153 마나사`가 당선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다큐소설 `리턴 투 베이스`와 `슬프지만 아프진 않다`와 장편소설 `사사이 할매`가 있다.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및 공군역사기록관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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