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경계와 일탈…` 강상중 외 8명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 324쪽
`우리는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을 겪었다. 막대한 피해와 상처를 안긴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시스템의 안전성, 정상성에 대한 믿음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정상적인 규칙에서 벗어난 `예외`의 사건이었다. 역사적으로 규칙에서 벗어난 많은 예외가 있었고 이를 통해 역사의 대변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동일본 대지진, 공자, 예수, 돌연변이 등 역사적 사건과 현상, 인물들은 모두 규칙에서 벗어난 `예외`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 사건들이 `예외적인 일`이었다고 한다면 예외라는 것은 무엇인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야 예외로 칠 수 있을까, 이러한 예외를 대비할 수는 없을까. 역사적으로 예외는 어떻게 다루어졌으며 그 현재적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 철학, 역사, 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저명한 학자들이 예외라는 현상과 그 본질에 대해 면밀히 탐구했다.
9명의 전문가(강상중, 김기창, 김항, 김호, 박상훈, 이충형, 임태연, 최정규, 홍성욱)가 함께 쓰고 엮은 `예외-경계와 일탈에 관한 아홉 개의 사유`가 출간됐다. <문학과 지성사, 324쪽, 1만5천원> 그들이 펼치는 사유의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하다. `예외`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사유를 전개한다. 각각의 글이 모여 지금 우리 시대를 읽고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의 윤곽을 그려내게 해준다. `예외`에 관해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아홉 편의 글은 독자에게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간 사유를 새롭게 구성하고 지금 이 시대를 다채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 사회 이슈를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성찰의 순간을 맛볼 수 있게 한다.
김기창 고려대 교수는 공자, 부처, 예수와 같은 위대한 성인들을 `예외`의 사례로 들었다.
김기창 교수는 이 책에서 “공자는 당대를 대표하는 학자였지만 흔히 생각하듯 시대에 순응한 전형적 인물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전복적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예외적 인물의 출현은 사회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동력이 됐지만 벌어져서는 안 되는 예외도 있다.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14살 소년이 남자아이의 머리를 잘라 학교 교문 앞에 던져놓은 일본 고베 살인사건을 통해 `예외로서의 악`을 이야기한다.
지난해 4월 꽃다운 나이의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약 300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나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사상 최악의 지진인 `동일본 대지진`도 마찬가지다.
강 명예교수는 “이런 (예외적) 문제에 직면함으로써 우리가 그동안 바라고 또한 기대어온 행복이나 한동안 당연시했던 사회의 모습, 그 존재 방식이 실은 얼마나 허무한 것이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고 말한다.
임태연 한양대 공대 교수는 유전자(DNA) 염기서열 변화로 인한 `돌연변이`를 예외의 한 예로 든다. 돌연변이는 인류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많은 염기서열을 복제하다 생기는 자연스러운 오류,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염기서열의 변이. 이렇게 어쩌다 생성된 변이는 생명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방향으로 선택되는 것이다.”(127쪽)
그러나 체세포에서의 돌연변이는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 돌연변이가 심할수록, 더 많은 염기서열에 변화가 올수록 종양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결국 예외에 대한 딱 떨어지는 정의는 없다.
예외는 지양해야만 할 사악한 것일 수도,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가능케 하는 기회일 수도, 훗날 또 하나의 규칙이 될 예비적 존재일 수도 있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