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방민호 서울대 교수 첫 소설집 발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05-04 02:01 게재일 2015-05-04 13면
스크랩버튼
현대인의 삶 웃음·풍자로 성찰
▲ 방민호 교수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으로 활동 중인 방민호(50)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첫 소설집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사진·작가세계)이 출간됐다.

방 교수는 1994년 창비신인평론상, 2001년 `옥탑방` 등의 시로 월간문예지 현대시의 신인추천작품상을 각각 수상한 뒤 비평활동과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문학비평과 시 창작 외에도 소설을 많이 썼다. 지난 1월에는 첫 장편소설`연인 심청`을 펴내기도 했다.

그런 전방위적 글쓰기를 보여주는 작가답게 이번 소설집은 이 시대 한국 사회의 중층적 문제들을 다각도로,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사회와 개인, 개인과 개인 등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힘들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우승열패의 경쟁 원리는 여전히 타당한가에 대한 고전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방 교수 작품의 특징은 우리 시대의 세태와 풍속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둘러싼 근원적인 물음을 묻는다는 것.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복합적인 삶을 다각도로 성찰하는 중후한 주제들로 가득차 있다.

이 소설집에서 방 교수는 인간들에 대한 인식에 있어 때로는 짙은 비관으로, 혹은 가벼운 웃음기와 풍자로, 그리고 접사(接寫) 기법을 방불케 하는 예리한 기록으로 변주하고 있다.

표제작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은 한국사회와 문학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점유해 온 위상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 방식을 재질문하고 있다.

다른 단편 `번뇌무량`도 살아남기 위해 짓밟고 배신해야 하는 한국사회의 욕망의 메커니즘을 성찰하게 하는 소설이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의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남염부주지`의 내용을 소설 속에 삽입했다.

소설집의 여러 인물은 이야기의 흥미와 재미를 더해주는 미스터리 기법으로 등장한다. `비하인드 스토리`는 신문 신춘문예 낙선자의 행방을 찾는 심사위원의 이야기를 통해 생존경쟁, 우승열패의 현대적 운영 원리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윤혜영은 죽지 않았다`는 남북작가회담에 기자로 참석해 윤혜영이라는 북한 가수의 사연을 취재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의 인권 현실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이와 함께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함께 묘사하고 있다.

`유령`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은 교수 주인공의 사생활을 들추어내는 형식으로 우리 사회의 지식인의 의미와 보이지 않는 정치적 억압이라는 문제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서쪽으로 더 서쪽으로`는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여대생이 진도 팽목항을 찾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지상의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유체계의 가능성을 그린 것이다.

이 밖에도 `짜장면이 맞다`는 2011년 8월 21일 국립 국어원의 표준어 규정 개정으로 표준어 대열에 들어선 `짜장면`이라는 어휘를 중심으로 표준어와 사투리의 위계 문제를 매개로 삼아 권위주의에 대한 재질문과 재비판을 보여준다.

한편, 방민호 교수는 2009년부터 본지 고정 칼럼진, 2012년부터 독자권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