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모를 외래·외국어 남발<BR>공공기관조차도 개념 없어<BR>내일 한글날 맞아 안타까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위대한 문화유산인 `한글`제정을 기념하는 한글날이 빛바래고 있다. 한글의 본고장이면서도 옥외광고물은 물론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조차 외국어와 외래어로 도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날을 이틀 앞둔 7일 오후 포항시 중앙상가 거리. 등산용품부터 화장품, 커피 등을 판매하는 각종 상점들이 줄지어 있지만 한글로 된 우리말을 사용한 간판은 찾기 어려웠다. 바베큐(바비큐), 렌트카(렌터카), 센타(센터) 등 잘못된 외래어 표기는 물론 외국어를 조합하거나 우리말 발음 그대로 번역해 적어 놓은 간판들이 수두룩했다. 모두 약속이나 한듯 외국어 및 외래어 간판으로 도배했다고 해도 무색할 정도.
주부 이은숙(47·여·포항시 남구 효자동)씨는 “영어를 읽을 줄 몰라 간판을 봐도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며 “읽어도 뜻을 알 수 없는 간판을 볼 때마다 수치심을 느낄 정도”라며 외국어 간판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회사원 김성(55·포항시 북구 장성동)씨 역시 “각종 모임을 위한 약속 장소를 정할 때 어려운 영어를 사용한 상점보다는 입에 익숙한 한글을 사용한 가게를 주로 이용하게 된다”며 “최근 포항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는데 순수 우리말을 널리 알린다는 사명감을 갖고 간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외국어 및 외래어 남발도 심각한 실정이다. ㈔한글문화연대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17개 정부 부처와 국회, 대법원이 발표한 보도자료 3천45건의 국어기본법 준수 여부를 검토한 결과 산업통상자원부의 보도자료가 공공기관의 공문서 중 국어기본법을 가장 많이 위반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의 비속어, 은어 사용 문제도 `빨간 불`이 켜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1~6일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및 교원전문직 1천443명을 대상으로 학생 언어사용 관련 교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4%가 거의 매일 비속어, 은어를 보고 듣는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국립국어원 김형배 연구사는 “언어로 `멋`을 부리려는 외국어 선호의식과 외국문자에 대한 갈망이 반영된 현실”이라며 “한글에 자긍심을 갖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자연스럽게 모든 국민이 우리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