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 때 토요일이면 우리 부부가 가끔씩 아이들을 데리고 갔던 곳은 집에서 차로 40~50분 거리인 산타모니카해변이다. 이곳은 태평양이 내다보이는 넓은 해변으로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후와 함께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는 거대한 피어(Pier)가 있어서 그곳에 차를 세우고 어른들은 모닝커피 한잔을, 아이들은 설탕과 계피 묻힌 스틱도넛 `추로스`를 먹으면서 아침바다를 감상하기도 했다. 때로는 바다에 나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에 발을 적시거나 주변의 커다란 갈매기떼들을 쫓아가 보기도 했었다.
이곳 피어 위에는 롤러코스터, 스윙, 어린이용 자동차운전장 등이 있어서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 했던 것들은 아빠, 엄마와 함께하는 `뿅뿅 개구리머리 때리기`였다.
이제 많은 세월이 흘러서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뿔뿔이 제 갈길을 가고 있고 필자도 그곳을 떠나 고국 포항시에 살고 있으며 도심해변인 영일대해수욕장을 자주 찾는다. 이곳은 지리적인 상징성을 지닌 영일만을 품고 있는 포항의 도심해변으로서 아름답고 시설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 바닷가 피어 위에 영일대누각이 세워졌고 스틸아트페스티벌이며 국제불빛축제가 열린다. 몇 주전 `검은돌장어축제`가 이곳 누각앞쪽 `도로를 뒤로 물리고 확보해둔 다용도 공간`에서 개최되었었는데 그날 밤의 정취가 대단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긴 백사장과 파도소리, 해변의 휘황한 불빛과 건물들, 물회, 매운탕, 과메기 전문의 포장마차들….
이곳에는 포항시민은 물론이고 인근 대도시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아침저녁이면 해변을 따라 걷는 이들이 많아지고 해변의 조개구이점, 커피숍 등이 호황을 이룬다. 좀 아쉬움이 있다면 누각 인근 다목적 공간이 좀 더 넓게 확보되어 좀 더 많은 행사가 벌어지고 좀 더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당연히 주차빌딩 건설도 크게 요구된다.
KTX가 개통되면 지금까지 서울사람들이 틈나면 속초나 강릉 바닷가를 찾아가듯이 많은 사람들이 더욱 편하게 포항 앞바다로 몰려 올 것이다. 이들은 영일대해수욕장과 인근해변으로 갈 것인데 이곳에 이들이 즐길 테마파크가 필요함은 당연하다고 본다.
영일대해수욕장과 맞붙어 아름다운 환호해맞이공원이 있고 5분 거리에 전국에 잘 알려진 죽도시장이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영일대누각 앞쪽 다목적공간이 좀 더 확보되어 롤러코스터 등 각종 놀이시설들이 배치되면 좋을 것인데 해변에 좀 넓게 데크 내지 피어를 설치해서 이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환호해맞이공원은 이미 다양한 시설들이 있지만 주변을 도는 미니기차 내지 모노레일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바닷가에서 환호해맞이공원 제일 높은 곳까지 미니 케이블카가 설치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들 KTX를 통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하루만이 아니라 며칠이건 머물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숙박시설도 필요하다. 이미 몇 개 호텔건축이 진행되거나 기획단계인데 이에 대한 마무리가 잘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프랑스의 `랑독 루시옹`과 같이 고속철 개통과 연계된 해양테마파크 전략이 적용되어야 할 곳이 포항과 그 인근해변이라고 생각된다. 랑독 루시옹은 파리에서 900km나 떨어진 곳으로서, 해안선을 따라 관광성, 접근성 그리고 경제성이 좋은 곳들을 거점방식으로 개발했는데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은 물론이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국 관광객들을 크게 유치했다는데 그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