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알려주는 건강 Tip <BR>치매치료 어덯떻게
평상시 사용 약·진통제 등 비상약 넉넉히 준비를
치료받던 병원 연락처·영문 소견서도 잊지말아야
연로하신 부모를 모시고 있는 자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부모와 함께 하는 해외여행을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살아 생전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추억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야 자식 된 도리로서 당연한 것이지만, 가끔은 추억 만들기에 우선하여 어르신의 건강상태를 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다. 특히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치매를 앓고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이다.
치매환자의 대부분은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은 떨어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신체 건강은 유지되는 편이라 자녀들이 별다른 염려 없이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충분한 점검 없이 떠났던 여행이 당사자와 가족 모두에게 도리어 화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치매가 있다고 해서 여행을 못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르신이 치매 초기 상태이고 신체 건강도 별 무리가 없다면 해외여행도 소화해 낼 수 있고, 여행이 어르신의 단조롭고 무료한 일상에 신선한 자극과 활력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라이트브리지 건강연구소는 다음과 같은 경우들에 있어서는 여행을 떠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소개한다.
△친숙한 환경도 혼동이나 지남력 장애가 지속되고 초조 증상을 보일 때
△지나치게 사람을 의심하거나 경계하고 행동 절제가 안 될 때
△사람이 많거나 소란스런 환경에서 쉽게 불안해하고 겁을 먹을 때
△배회 증상을 보일 때
△신체적 또는 언어적 공격성이 있을 때
△특별한 이유 없이 고함을 치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울기도 할 때
△신체적 건강이 불안정할 때
이같은 징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강행했다가는 도중에 여러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어르신의 수면장애로 인해 모두가 잠을 못 자고 피로와 짜증이 겹칠 수도 있고, 대소변 문제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다른 일행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는 다치거나 배회로 인해 여행지에서 실종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만약에 위와 같은 문제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최근에 단기간의 국내 여행에서 별 무리 없이 적응하고 다녀온 적이 있다면 해외여행을 고려해 볼만하다. 해외여행이나 장기 국내 여행을 떠나게 되더라도 중간에 겪게 될지 모를 우려스런 상황들에 대비해서 미리 챙겨야할 것들이 있다.
평상시 사용하는 약들과 함께 진통제 소화제 등 비상약을 넉넉히 준비하고, 평소 치료받던 병원의 연락처나 영문 소견서 혹은 처방전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름과 보호자 연락처 등이 적힌 치매 팔찌나 목걸이 등을 여행기간동안 내내 소지하도록 하고, 옷 안주머니에는 영어로 치매상태와 비상연락처 등을 적은 메모를 넣어두는 것이 좋다. 여행지에서 이용 가능한 응급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도 미리 확인해 보고 떠나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말년에 여행으로 함께 했던 좋은 추억은 부모를 떠나보낸 이후에도 서로가 사랑으로 영원히 연결된 존재임을 확인시켜 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못한 경우 자식의 가슴에 평생 한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니 그럴 계획이 있다면 너무 늦기 전에 서두르기를 바란다. 다만, 의욕이 너무 앞서 부모의 건강이 악화되고 자녀들에게도 가지 않느니 못한 여행이 되지 않으려면 앞서 설명한 것들에 대한 충분히 점검과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