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알려주는 건강 Tip<BR>대장내시경으로 대장암 진단 끝?
검진권고 스케줄보다 앞서 생기는 사이암 2~9%
관련학회 전문의 검증 부여 확인만이 최선의 방법
얼마 전 인근 병원에서 대장암을 진단받은 환자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내원했다. 이유인 즉슨,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시행해 왔고 2년 전에 시행한 대장내시경상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에 대장암이 진단됐다는 것이다. 암은 초기가 아니어서 수술 시행 후 항암치료까지 시행해야 하는 상태였다. 어떻게 된 일일까?
대장내시경은 대장암을 진단하는 가장 정확한 검사이다. 이 검사는 대장암의 조기 발견율을 높이고, 그로 인해 조기암의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암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설사 암이 없고 대장 용종만 제거한다 하더라도 용종이 대장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 예방적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도 대장내시경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이암(Interval cancer)`에 대한 정확한 국내 의학용어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아 본 글에서 사이암으로 번역)은 이런 대장내시경의 암 예방효과가 증명되면서 최근에 생겨난 개념이다. 사이암은 권고되는 대장내시경 간격 사이에 발생하는 암이다. 대장내시경 시행 후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엔 5년 뒤에, 1㎝ 이하 크기의 선종이 있는 경우엔 3년, 고위험의 용종이 발견된 경우엔 1년 뒤에 대장내시경을 시행할 것을 환자들에게 권한다. 하지만 권고한 스케줄보다 앞서 그 사이에 대장암이 생기는 경우를 일컬어 사이암이라고 부른다. 문헌에 따르면 전체 암중에서 2%에서 많게는 9%가 사이암이라고 하니 적지 않은 숫자다. 그렇다면 왜 대장내시경을 정기적으로 받는데도 불구하고 사이암이 생기는 것일까?
보통 전문가들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첫 번째 이유는 대장 용종이 이전 대장내시경 때 있었는데 발견을 못했고 그것이 자라서 암이 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이유는 대장 용종을 발견했지만 용종이 불완전하게 절제됐고 그것이 나중에 암이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다음 내시경 스케줄 사이에 굉장히 빨리 자라는 성질이 나쁜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가지 이유 다 타당한 근거가 있고 나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 중 마지막 이유를 제외한 첫 번째, 두 번째 이유는 결국 대장내시경의 질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사실이 우리 의사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대장내시경은 일반적인 피검사처럼 검사기계가 수치를 측정하는 검사가 아니라 사람의 손과 눈으로 시행하는 검사다. 그러다 보니 내시경을 시행하는 의료진에 따라 내시경의 질이 현저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시경 삽입에 대한 경험이 얼마나 많은지, 또 대장용종을 절제한 경험이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자세하게 대장을 살펴보는지에 따라 사이암이 발생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환자입장에선 이런 정보를 알 수가 없다. 그저 안 아프게 하고 빨리 끝내주면 대장내시경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환자입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관련학회에서 대장내시경 전문의 검증을 하고 자격을 부여하는 `대장내시경 전문의` 자격을 확인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이암은 피할 수 없는 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장내시경을 받기 전에 어떤 의사에게 검사를 받을지 한번 더 심사숙고해서 결정한다면 서두에 소개한 환자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는 일을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