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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호치민시티

등록일 2014-05-14 02:01 게재일 2014-05-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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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얼마전, 반년 만에 베트남의 호치민시티를 다시 방문했다. 한국은 늦봄 내지 초여름이라 하더라도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차갑게 느껴져 꼭 겉옷을 입어야 하는 시기이지만 호치민시티에 내리니 더운 기온이 확 느껴진다.

호치민시티는 인구가 900만명이나 되는 대도시인데 고층건물이 드물고 대개 3~4층의 작은 건물들이 끝없이 시가지를 형성하고 있다. 오래된 프랑스풍의 건물들이 많고 대개가 주상복합의 형태로서 1층이 가게이고 2~3층은 주거인 경우가 많다. 낡은 건물들이지만 이색적인 빌딩 화사드, 주변의 큰키나무, 그리고 발코니의 식물들로 인해 멋진 도시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10여년 전 베트남에 왔을 때는 아침식사와 커피 한잔을 핑계로 시내에 나가도 크게 갈 곳이 없어서 시장통 칼국수 집에서 손짓발짓으로 며칠 아침을 베트남 국수 `포`로 때웠었다. 점심 후에 커피 한잔하러 주변 재래식 커피 집에 가면 구식필터에서 한 방울씩 걸러져 나오는 커피는 15분은 족히 기다려야 한잔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커피빈, 할리스, 스타벅스 등 친숙한 브랜드의 현대식 커피숍들이 많아졌다.

음식점이며 커피숍에 가면 한국인들과 자주 마주친다. 젊은 여자 분들 모임도 있고, 한국 남자 베트남 여자 커플들도 있다. 베트남에는 외국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LG, 삼성, 대우 등 한국기업들이 가장 먼저 들어왔고 가장 친숙하다고 한다. P사가 지은 다이아몬드백화점과 K건설이 지은 금호플라자가 잘 알려져 있고, 한동대 출신 젊은이들이 세운 저소득주택 전문업체인 NIBC그룹과 그 산하의 한동, 신영, NHO 등도 있다.

베트남인들은 한국인들을 친숙하게 느끼는 것 같다. 이는 문화적, 인종적 유사성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경제산업발전 성공사례로 벤치마킹 및 네트워킹하고 싶은 나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보아진다.

호치민시티에도 몇 개의 고층건물들이 있는데 262m `바이텍스코 타워`도 그중 하나이다. 도심의 5~10층 건물군 사이에서 군계일학으로 돋보이는데 주변 거리의 폭이 넓지 않기에 서울이라면 교통대책 수립이 가장 큰 이슈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건물 내 공간들이 비어있기도 하고 고객들도 오토바이와 택시를 주로 이용하기에 아직은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이 건물 50층에 있는 스카이라운지 격인 커피숍에 갔다. 시설이 화려하지 않고 평범하나 사방으로 호치민시티 전경이 바라다 보인다. 넓은 평지에 작은 건물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데 시선 끝은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지평선일 것으로 짐작된다.

도시면적이 서울의 3배 이상으로 확산되어 있는데 도로가 좁고 공공교통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문제가 큰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일본정부의 지원으로 지하철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도심을 정점으로 X자 형태의 노선이 될 것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계획수립이 진행되었는지 모르지만 경전철의 건설도 한 옵션으로 천거되면 좋을 것 같다. 도심에서는 도로 중앙에 철골구조로 해서 공중철도, 비도심에서는 지상철도로 건설하면 되니까. 지하철의 경우 약한 지반 때문에 터널 설치가 용이치 않고 고비용일 것이기에….

이 건물 바로 옆에는 넓은 사이공강이 흐르고 있다. 물은 진흙 빛인데 크고 작은 배들이 떠있다. 2천t은 되어 보이는 화물선도 있고 해군 경비정들도 여럿 정박해 있다. 강 건너에는 늪이 포함된 광활한 녹지대가 있다. 중심가라서 금싸라기 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부에서도 어떤 용도로 개발해야 할 지 잘 모르겠고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업체도 없고 해서 그냥 보전지역 형태로 남겨져 있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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