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영 호
봄을 뽑아 올린다
살구나무 등걸에서 살구 꽃망울
제비꽃 불탄 자리에는 제비꽃
어두컴컴한 물 속 갈대 우듬지에서도 갈대
여린 싹을 쏙쏙, 용하다 참말로
박수보다 용해서 겨울도 암팡진 칼날
누굴누굴 누그러뜨리고
벌이랑 풍뎅이, 제비, 송사리 떼
한눈팔아도 걱정 없다
아직은 차가운 봄비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봄을 끌어당기는 힘을 발견하고 있다. 살구나무 등걸에 환한 살구 꽃등이 켜지고, 제비꽃 불탄 자리에는 보랏빛 고운 꽃잎이 피어오른다. 어길 수 없는 자연의 순리다. 봄비의 줄기마다 주렁주렁 새 생명의 고운 꼭지들을 매달고 있음을 시인의 눈은 놓치지 않고 있다. 봄비에서 시작된 생명의 물결이 우리네 삶 속으로 물결쳐 오는 아침이었으면 좋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