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숙
그대 한 자리에 앉아
천 날의 물결을 깎았는가
가파른 주의주장도 누그러지고
날선 입도 잠잠해졌구나
가끔 자갈거리며
해소기침 끓는 소리
수 만 바람과 부대끼었나
엎어지고 깨진
파도의 집채 가라앉아서
수많은 물결과 파도에 씻기고 떠밀리며 자기의 각진 부분들을 다듬고 깎아내어 지금의 동글동글한 몽돌로 서 있는가. 시련과 고난의 시간들을 견디고 이겨낸 몽돌의 존재론적 겸허함을 표현한 시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지 아니한가. 아름다운 성취, 거기에 이르기 위해서 수많은 힘든 시간들과 싸우고 견디고 이겨냈는지 모른다. 더 둥글어지고 더 자신을 지우기 위해 끊임없이 파도에 밀리며 잠들지 않는 몽돌을 생각해 볼일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