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증 호
높낮은 산봉우리 훨훨 넘는 저 신명
신록은 물 한창 올라 넘실대는 해일이다
녹슨 가시철망 맨살로 껴안다가
군데군데 단풍나무 자지러진 비명소리
제풀에 놀란 까투리 푸드덕 날아간다
휴전선 넘는 것이 어디 새들뿐이랴
적의로 맞선 지뢰지대 단숨에 내달아서
백두산 저 너머까지 푸른 힘으로 하나 된다
시인은 분단 현실의 아픔을 깊이 인식하고 인간에 의해 상처입은 비극적 자연을 언급하고 있다. 푸른 힘은 신록이 품고 거느리는 엄청난 힘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 힘은 이념의 첨예한 대립으로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어 훼손돼 있다. 이러한 민족 현실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시인은 신록의 푸른 힘을 내걸고 민족 화해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그려내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