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일 근
가을걷이 끝난 자리 모두 다 퍼주고 향기롭지만 사람 빠져나간
저 자리 오래 지독한 폐허다
풀꽃 진 자리 다시 풀꽃은 피는데 사람이 진 자리
어떤 사랑의 말 돋지 않는다
시인이 말하는 `한 사람`은 누굴까? 죽음으로 이별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시인의 곁을 떠나간 어떤 사람일거라 생각된다. 견딜 수 없이 아프고 힘든 시간들을 혼자 감내하면서 폐허가 돼가는 자신의 삶을 가만히 토로하고 있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나 떠난 사람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용납하지도 못하는 자신의 고통스러움이 나타난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