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열
흥정할 수 없는 물결이 몰려 와 출렁였는가
불 끄고 여관 방에 누웠을 때 뱃속으로 한꺼번에 동백 꽃잎이 밀려왔다
배고픔이 밀려온다
처음이듯 배고픔은 밀려오는데 어둠 속
어깨 펴고 반듯이 누워보는 것은 공복에 대한 그리움이
아주오랜만에 일어났다는 것,
밤새 동백의 수사(修辭)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덜컹거리는 창가 파란 잎새와
머무는 목덜미 긴 동백
시인이 말하는 공복에 대한 그리움이야말로 인간 본질적 욕구임을 자각하면서 시인은 `동백의 수사`가 자신의 시 안에서 멈추지 않을 것임을 예감하고 있다. 배고픔이야말로 가장 근원적인 생명에 대한 자각이 아닌가 말이다. 침묵으로 견디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긴 사색과 번민의 형상이 `동백`의 이미지 속에 깃들어 있어서 더욱 맛깔스럽게 읽혀지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