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미
꽃무늬 비닐장판 같은 게 인생에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밤 열두시 십분의 택시기사는 차를 마시자며
이대로 헤어지면 다시 만날 확률이 7만 5천 분의 1, 이라고
어디 근거인지 모르겠으나
75만 분의 1인 사랑도 매일 그냥
그쳐간답니다
(….)
모르겠으되,
7천5백만 분의 1로 마주쳐도
스치고 마는 눈빛도 있답니다
(우리가 만난 건 어쩌면 0퍼센트의 확률 덕분!)
어디에도 무엇에도 아직 아무 근거도
모른다 합니다 늘 지독한 비닐꽃무늬의 여름들이라 합니다
때론 사랑이든 시든 인생이든 그 근거가 못 견디게 궁금할 때가 있다. 아주 사소한 일상, 가령 이 시에서처럼 그날 밤 택시기사가 건낸 숫자, 7과 5라는 것에서 이상하게 어떤 강렬한 근거가 있는듯해 몹시 궁금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택시기사의 농담이 아니라 그 숫자의 알 수 없는 강렬함이 결국 어떤 근거가 되어 이 시를 쓰게 한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가끔 마주치게되는 희한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