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비하르주에 다녀온 몇몇 지인들이 그곳 사람들의 열악한 생활환경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다. 그곳 주민들의 생활이 아프리카 주민들보다 못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극심한 빈곤과 지역격차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지난 수 십년 동안 각 국가는 물론이고 많은 나라들이 함께 힘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문제를 풀어내지 못함에 대한 해석도 다를 수 있다.
인도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고, IT분야의 전문가들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고, 국토가 넓고, 자원도 많고, 역사가 긴 나라이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빈곤함과 함께 카스트제도 등 전근대성이 큰 나라이고, 이러한 어려움들을 스스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몇 년전 아시아의 빈국인 한 국가를 방문했을 때, 그곳 정부기관의 높은 분과 사석에서 그 나라의 경제발전에 대해서 논한 적이 있다. 필자가 국민들이 가난하니 이러저러한 경제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이야기 했더니, 정색을 하며 반발했었다. `우리들은 한집에 양 20마리만 있어도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으니, 우리들은 가난하지 않다`라고 항변했었다.
약간 자존심이 상해서 그런 말을 했다고도 보아지지만, 어이가 없으면서도 일말이나마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2~3년전 인도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동료인 미국인 국제법률대학원 교수와 토론을 벌였던 주제가 있다. 한국의 한 글로벌 기업이 인도의 한 지방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자 하는데, 그 입지처인 넓은 국유지에서 정부의 허가 없이 살아오던 주민들이 그 사업에 저항하며 주장하기를 `자기들은 이곳에서 고기 잡고, 야생열매 따고, 소규모 경작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오던 방식을 지켜가고 싶고 자기들의 삶을 바꾸는 어떤 것도 싫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말이 순수한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원주민들에게 현대적이 삶, 혹은 문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줌이 옳은가 그른가가 필자와 미국인 교수 사이의 논쟁거리였었다.
사실 근대화 내지 현대화라는 명제하의 국가발전을 세계 각 나라들이 추진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전근대적 내지 전통적이라고 표현되는 것들이 꼭 나쁘고 바꾸어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밀림 거주자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논리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다른 족속들이 모두 다 향유하는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의식주, 의료시설, 교육시설 등에 관해 알게 하고 누리게 하고자 함에 대한 논쟁이었다.
각자의 선호하는 방법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옹호가 클 수 있음이 사실이다. 하지만 굶주리고, 질병에 고통 받고, 또는 남들에게 억압받아야 하는 경우라면, 그들 자신이 이를 옹호할 지라도 문제는 달라진다.
또한 이러한 상황이 아닌 자기들의 지극히 선호하는 문화와 전통이라 할지라도 다른 이들에게 크게 해가 되는 경우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요즈음 세계화(Globalization), 세계시민(Global Citizen) 등의 단어들이 자주 사용되는데 이는 세계 모든 이들과 통할 수 있는 가치관과 매너를 지닌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는 세계 모든 이들이 평화를 위하고 또한 함께 살아가는 상황들을 말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우리도 이를 충실히 추구하고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우리가 세계화되고 세계시민이 되는 것은 좋은데, 우리의 전통과 문화가 사라지고 너무 미국화 내지 유럽화 되는 것은 아닌지. 또는 세계시민이라는 이름아래 우리나라의 상황 내지 이익이 너무 등한시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