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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등록일 2014-02-07 02:01 게재일 2014-02-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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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희 수

햇살과 놀다가 햇살 같은 찔레꽃 따서 먹다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내 그림자와 놀다가 햇살이 너무 밝아 인기척 없는 뒤란의 그늘과 장독대 사이의 고요에 깜짝 놀라서 여기 어디쯤이 의심스러운 가쁜 숨으로, 햇살들 끼리끼리 몸 비비는 오후를 훔쳐 보다

천 년 너머 곰삭은 미소 하나 만났다

종일 해 아래 생활하다가 집으로 가는 길은 또 다른 고운 생명들과 조우하고 그들과 함께하게 된다. 찔레꽃을 따먹기도 하고 뒤란의 장독대에 고요히 머문 적막의 시간들을 만나기도 하고 햇살이 끼리끼리 몸 비비며 쏟아지는 오후를 함께하게 된다. 천년이라는 시간. 어쩌면 영원의 시간들이 가만히 제각기 흘러가는 것을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집으로 가는 길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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