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현 석
살포시 실바람이 타는 천 갈래 구름의 현악
봄볕 좋은 물가에 앉아 귀에 고이는 소리 담는 게지
소리는 발가락 적시고 무릎으로 허벅지로 굽은 등 짚고 척추 따라 정수리 거쳐 지그시 감은 눈동자 속으로 차가운 심장 한가운데 맴돌고 맴돌아 다시 목뼈 타고 백회열 뚫고 더욱더 위로 올라서 동토(凍土)가 품었던 햇살의 추억에 닿지 그 하늘 끝에 되돌려놓는 게지 자잘하고 소소한 파문 무궁무진의 허공 뒤덮는 게지
파르르 파르르
흐르고 오래 흘러서 오래도록 길게
갓 피운 연두의 여운, 결코 멈추지 않는 게지
새봄에 환하게 등을 켜는 연두 새순은 생명감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천상의 소리고 축복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대지와 우주에 새로운 기운과 호홉을 불어 넣어주는 생명의 원천이다. 자잘하게 소소한 파문으로 파르르 번지는 연두 물결에 가만히 젖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