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술 랑
전봇대에 묶어 놓은 괴뢰군 플라스틱 인형
늠름하다
꽃도 피었다 지고
낚시꾼도 왔다가 가고
단조로운 햇살만 내리쬐는 날
바람 속에
멍하게 있다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그와 둘이서 듣는다
편하고 한가하다
그는 총을 들고 지키고
그 옆에서 나는 한숨 잔다
시인이 그려내는 참 재밌는 풍경 속으로 따라가다 보면 미소를 머금게 된다. 예비군 훈련 갔다가, 오전 훈련 마치고 점심 먹고 훈련장 전봇대에 묶어놓은 괴로군 인형 곁에서 낮잠에 드는 시인. 그 풍경에서 우리는 이념을 초월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민족 동질성의 회복, 통일에의 염원이 깊이 깔린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