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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물 들이기

등록일 2014-01-14 02:01 게재일 2014-01-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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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정 화
백반, 누렇게 빛이 바랜 편지봉투에 담겨진

그 속에서 20년을 보냈을 것이다

봉숭아물을 백반 없이 들이나

갖다주꾸마

투명한 백반 알갱이를 잘게 부순다

봉숭아꽃잎과 으깨지는 붉음이여

더 붉어지는 꽃

무좀으로 천시당한 발톱에 고이 얹었다

화관을 쓴 발가락들

부끄러워 저희들끼리 킬킬 댄다

마디 굵은 손가락에 족두리를 올린다

남새스럽다며 손사래를 친다

붉은 손톱 밑 검은 때자국이 선명하다

퇴행성관절염으로 굽어가는 손가락들

손톱은 죽어서도 자라는가

어머니의 젊음은 손톱뿐이다

고단하고 힘겨운 한 생을 살아오신 어머니의 손톱과 발톱에 고운 봉숭아 꽃물을 들이며 시인은 그 한 많고 고단한 어머니의 생을 들여다보며, 억척같이 건너온 세월, 그 그윽한 생의 향기에 딸은 젖어들고 있다. 모녀지간, 가슴과 가슴으로 눈빛과 눈빛으로 흐르는 따스하고 아름다운 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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