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정 화
그 속에서 20년을 보냈을 것이다
봉숭아물을 백반 없이 들이나
갖다주꾸마
투명한 백반 알갱이를 잘게 부순다
봉숭아꽃잎과 으깨지는 붉음이여
더 붉어지는 꽃
무좀으로 천시당한 발톱에 고이 얹었다
화관을 쓴 발가락들
부끄러워 저희들끼리 킬킬 댄다
마디 굵은 손가락에 족두리를 올린다
남새스럽다며 손사래를 친다
붉은 손톱 밑 검은 때자국이 선명하다
퇴행성관절염으로 굽어가는 손가락들
손톱은 죽어서도 자라는가
어머니의 젊음은 손톱뿐이다
고단하고 힘겨운 한 생을 살아오신 어머니의 손톱과 발톱에 고운 봉숭아 꽃물을 들이며 시인은 그 한 많고 고단한 어머니의 생을 들여다보며, 억척같이 건너온 세월, 그 그윽한 생의 향기에 딸은 젖어들고 있다. 모녀지간, 가슴과 가슴으로 눈빛과 눈빛으로 흐르는 따스하고 아름다운 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