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 열
교실 창틈으로 포로롱 날아든 잠자리 한 마리
시험지 받아들고 미로를 헤매던 아이들
일제히 잠자리가 그리고 간 자리에 눈길을 준다
유리창 너머 파란 하늘로 쏜살같이 날갯짓하다
부딪히고 다시 부딪히고
아이들은 활자와 도형이 종횡무진하는 길 위에서
가도가도 막은 창 다시 가도 막은 창
파닥거리는 잠자리에게도
가쁜 숨 몰아쉬는 아이들에게도
출구는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출구가 없다. 유리 수족관 같은데 갇혀 치열한 입시전쟁에 심신을 고갈시키고 있다. 고개 젖혀 하늘을 바라볼 여유도, 높은 산봉우리에서 함성을 지르는 호쾌함도, 조용히 동서고금이 명서를 읽으며 사색하고 깊이 사유하는 진지함도 찾아볼 수 없고 기대할 수도 없는 참으로 갑갑한 현실 속에 갇혀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시인의 말처럼 가도 가도 막은 창 밖에 없는 현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