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기
밥 먹다말고 혼자 짧게 훌쩍였다는 노파가
고사리 돋는 소리 엿들으며 살았다던 한 칸 움막
그 움막 폭삭 삭아 흔적 없는 자리
조막조막조막조막
짧은 문장의 황홀한 구걸의 손들
극약처럼 아찔한 문장이다
너는 너무 오래 혼자 우는 젖은 문법이었구나
다시, 유목의 긴 시절이 올 것 같다
햇 봄, 돋아나는 고사리의 모습을 조막조막한 짧은 문장의 황홀한 구걸의 손들이라 표현한 시인의 시선이 재밌고 따사롭다. 봄비 속에 새 생명의 순을 내 놓는 고사리. 가만히 혼자 우는 문법이라고 말하는 시안이 깊다. 맞다 이제는 긴 유목의 시간을 걸어가야할 것이고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헤쳐나가야할 것이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