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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돋는 풍경

등록일 2014-01-10 02:01 게재일 2014-01-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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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기
빗소리가 삼만 평 비산비야를 적시는 곳

밥 먹다말고 혼자 짧게 훌쩍였다는 노파가

고사리 돋는 소리 엿들으며 살았다던 한 칸 움막

그 움막 폭삭 삭아 흔적 없는 자리

조막조막조막조막

짧은 문장의 황홀한 구걸의 손들

극약처럼 아찔한 문장이다

너는 너무 오래 혼자 우는 젖은 문법이었구나

다시, 유목의 긴 시절이 올 것 같다

햇 봄, 돋아나는 고사리의 모습을 조막조막한 짧은 문장의 황홀한 구걸의 손들이라 표현한 시인의 시선이 재밌고 따사롭다. 봄비 속에 새 생명의 순을 내 놓는 고사리. 가만히 혼자 우는 문법이라고 말하는 시안이 깊다. 맞다 이제는 긴 유목의 시간을 걸어가야할 것이고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헤쳐나가야할 것이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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