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말 순
다스려야 할 슬픔이 너무 많아
기어이 꽃은
제 몸을 찢고야 말았다
다가오지 마
다가오지 마
입술을 앙다물고 참아보아도
혈관을 타고 흐르던 아픔은
줄기에 잎에 가시로 돋아났다
보금자리도 없이 새끼를 낳은
설운 짐승의 눈빛으로
홀로 형극(荊棘)의 길을 가는
온몸 가시를 세운 멍든 얼굴
오늘은
오늘이 길을 가는 거라고
염천의 하늘 아래
조심조심 눈꺼풀을 연다
호수면을 가득 덮은 물풀들 사이에 철갑을 두른 듯 튼실한 줄기에서 피어나는 꽃. 닥지닥지 가시를 붙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꽃 한 송이를 피워올리는 아름다운 연꽃에 시인의 마음이 가닿아 있다. 수많은 시련과 아픔을 감내하고 피워올린 꽃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값진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좋은 환경과 여건 속에서의 성공이나 성취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역경을 딛고 일궈낸 성공이나 성취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것이고 소중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