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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들

등록일 2013-12-18 02:01 게재일 2013-12-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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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인 수

겨울이 넉넉히 머물다 가도록 채곡히 오지랖을 여민다

서걱이며 청춘을 울었던 시간들 바람결에 흘려보내고

청명한 가을볕에 돋아 오르는 새하얀 몸 꽃들

새벽바람에 하얗게 풍장(風葬)해 버린다

함부로 꺾이지도 무너지지도 않고

뜨겁게 어깨 걸고 거친 눈바람 속을 걸어

삼동을 건넌다

푸르게 어우러져 풍성한 생명의 시간을 보낸 갈대숲에 깃드는 가을볕을 보면서 시인은 거친 눈바람 몰아치는 엄동의 시간을 서서 견딜 힘겨운 시간들을 떠올리고 있다. 자연에서 인생의 한 면을 떠올리고 있는 깊이가 느껴지는 시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지 않는가. 충일한 생명감으로 건너온 청춘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인생의 후반부를 무욕의 정신으로 자기에게 남아있는 소유에 대한 헛된 욕망들을 다 떨쳐버리고 순순히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삶의 자세를 갈대숲에서 찾아내 세상을 향해 가만히 건네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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