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수
달랑 한마지기 옹사리밭에
아부지는 들컹들컹 쟁기질하고 어무니는 쪼락쪼락 풋콩을 딴다
가다 한 모금 또 가다 한 모금 촐랑촐랑 줄어가는 막걸리심부름
한 쪽박 샘물로 덧채우던 아이가 아지랑 묏등 앞에 바알갛게 엎드렸네
한 사발 거뜬 비우신 아부지
“오늘 막걸리는 왜 이리 싱겁다냐?”
그 소웃음소리 지금도 들리네
여수 부근의 작은 섬 초도(풀섬)가 고향인 시인의 고향에 얽힌 작고 정겨운 서사가 중심을 이루는 작품이다.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 막걸리 심부름을 다녀오면서 홀짝 홀짝 마셔버린 탓으로 물을 탄 막걸리를 마시고는 오늘 막걸리는 왜 이리 싱거우냐고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넉넉하고 구수한 말씀에 고향의 안온하고 흥겨운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시가 아닐 수 없다. 아득히 그리운 곳, 떠올려보면 괜시리 눈물 머금어지는 고향이다. 이 땅 어딘들 그런 아버지가 계시지 않겠는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