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희 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내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칠갑산 중턱의 호수인 겨울 천장호 가를 거닐며 시인은 그 호수의 마음을 읽어내고 있다. 호수에 돌을 던지듯 우리는 세상을 향해 영욕의 헛된 손짓들을 수없이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무리 돌을 던져도 가슴을 열지 않는 완강한 호수처럼 세상은 인간의 부질없는 손짓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진실되게, 참참히 세상의 중심을 향한 우리의 손짓이 이어진다면 세상은 그 속내를 보여주지 않을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