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숙
그중 예사 놈과 달리
먼저 눈에 들어오는 놈 있다
몸 구부려 들어보니
새가 쪼아 먹은 흔적이 역력하다
부리로 콕콕 쪼다
바삐 어딜 떠난 사이
주인이 수확해 왔던 모양
새의 주인과 나와의 겸상이라니
이즈음, 세상 분간 안 되는 나도
깊게 물러 터진 자리에
향내 물씬 배이려나
만원어치 산 복숭아 알맹이들 속에는 새가 쪼아 먹은 흔적이 역력한 복숭아가 들어있었는가 보다. 새는 복숭아 그 단물을 찍어먹다 어디로 바삐 떠난 걸까. 그리고 그걸 수확해온 과수원 주인은 왜 그것을 버리지 않았을까. 세상사가 다 그런건 아닐까. 최선을 다해 살아가다보면 온전히 챙기지 못하고 뭔가 모자라고 삐뚤어져 있고 상한 데가 있지만 그것은 그런대로 깊게 밴 맛과 멋이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그윽한 향내가 풍겨나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