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태 웅
어두운 바다에서 날아오다 나를 보더니
곧장 선회해서 어두운 바다로 돌아갔다
새는 내가 그렇게 불편했던 것일까
얼마 전 어느 저녁 이 길에서 있었던
흉흉한 사건을 새도 들은 것일까
괴한에게 납치당해 영문 모를 죽음을 당한
한 여인의 혼이 벌써 저 새가 된 것일까
아, 먼 수평선에 점점이 뜬 배들
드문드문 불 밝히고 한치 잡이에 열중인데
새조차 유턴해서 달아나버린 종달리 바다에서
나는 내가 누군가에게 괴한일 수 있겠구나 생각에
성산포까지의 바닷길을 살살 걸어갔다
작년인가 제주 올레길에서 트레킹하던 한 여자가 살해되었다. 평화의 섬 제주에 조성된 아름답고 평화로운 둘레길에서 사람이 상한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고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새들도 곧장 선회해서 날아오지 않고 어두운 바다로 날아가버린다고 생각하는 시인은 나도 누군가에겐 괴한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조심조심 성산포 바닷길을 걸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무서운 세상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