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광 의
저무는 모서리 끝으로
귀뚜라미 운다
경경경(輕輕輕)…
방바닥에
뒹굴다 멎은 시계 초침
경경경(輕輕輕)…
달빛에 바랜
아이놈의
헌 신발 한 짝
경경경(輕輕輕)…
녹슨 시간 위로
귀뚜라미가 운다
하루가 저무는 풍경을 녹슨 시간으로 바라보면서 귀뚜라미를 중심으로 버려진 시계의 멎은 초침과 아이의 헌 신발 한 짝과 연결시키면서 소멸한 한 모습을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경경경이라는 불경의 낭송 소리와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치환하는 시인의 발상이 경쾌롭고 재밌다. 깊어가는 가을 밤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귀 기울여보고 싶어진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