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구 찬
모진 풍파에도
단단히 박힌 뜻 꺾이지 않다가
젊음을 염치없이 통째로 씹은 죄
예술이 유치한 거라며 씹고 뱉은 죄
인생의 단맛을 좇아다닌 죄로
어느 날 번개를 맞고
밑둥치부터 까맣게 뽑혀나갔다
나의 양심이 뽑혀져 나가고
철거덩 은빛 보정물이
수갑처럼 채워졌다
치과에 누워 치료를 받거나 혹여라도 발치를 하는 날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우리 생에 이빨처럼 깊이 우리의 몸에 깊이 뿌리를 박고 함께해온 것이 또 있으랴. 비록 뽑혀나간 이빨이라 할지라도 지난 시간들 속에서 그의 역할은 대단했다. 보정물이 수갑처럼 채워지기까지 나와 함께한 수많은 시간들과 젊음을 통째로 씹은 죄라고 표현하듯이 청춘의 시간을 함께한, 은밀한 서사에 끼어 든 적이 있는 이빨을 보내며 그를 단죄하는 시인의 인식은 특별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