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 란
흩날린다
내 마음속 빈 의자에
황홀한 몸짓으로 떨어진다
나를 버리라 한다
나 물들어
고운 낙엽이 되어
이리저리 바람결 따라
해매다가
적멸 문턱에 놓인 의자에
고이 눕는다
푸른 잎으로 흔들리며 우리의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하던 은행잎. 가을이 되어 노랗게 물든 낙엽이 되어 여기 저기 떨어져 구른다. 자연의 순리대로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인생, 우리에게도 푸르른 청춘의 시간들이 자욱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적멸의 문턱에 놓인 의자에 앉아 지난 삶을 돌아볼 때가 올 것이다. 여기 저기 떨어져 뒹구는 고운 은행잎들을 보면서 말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