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태 원
보경사 문수암 뒤뜰을 어정대다
어찌하여 그만
어느 노승이 밀봉해둔
곡차 한 옹기 발견하고는
갈지자로 하늘 길 가다가
쉬를 보는데
발정난 내연산이 불쾌하다
가을이 깊어지는 내연산 풍경을 그린 재밌는 작품이다. 스님들의 구도(求道)와 수행(修行)의 그윽함이 묻어나는 절집의 그림 한 장에서 무릎을 탁 치고 싶은 시인의 상상력과 해학적 접근을 마주치면서 가만히 미소를 머금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인간과 우주가 일체되어 스르르 겨울로 흘러가는, 시를 참참히 읽다보면, 시인이 빚어낸 또 하나의 아름다운 행성에 얹혀 아득히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