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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등록일 2013-11-18 02:01 게재일 2013-11-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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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인 숙
보랏빛 감도는 자개무늬 목덜미를

어리숙이 늘여 빼고 어린 비둘기

길바닥에 입 맞추며 걸음 옮긴다

박카스 병, 아이스케키 막대, 담뱃갑이

비탈 분식센터에서 찌끄린 개숫물에 배를 적신다

창문도 변변찮고 에어컨도 없는 집들

거리로 향한 문 활짝 열어놓고

미동도 않는다

우리나라의 길을 따라서 샛길 따라서

썩 친숙하게

빛바랜 셔츠, 발목 짧은 바지

동남아 남자가 걸어온다

묵직한 검정 비닐봉지 흔들며 땀을 뻘뻘 흘리며

햇볕은 쨍쨍

보랏빛 감도는 자개무늬 목덜미 반짝

도시빈민들이 모여 가난하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해방촌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시이다. 그러나 가만히 음미해보면 평범한 순간을 세밀한 언어와 느낌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평범한 시가 아니다. 무정물의 사물들에 생명을 불어넣고 활기차게 생동하는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감각과 인식을 일깨워 놓는 좋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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