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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 싹 틔우기

등록일 2013-11-13 02:01 게재일 2013-11-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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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교수

서울에 위치한 부모님댁에 들렀는데 식사 후 내온 단감이 작기도 하고 색깔도 우중충해서 감이 왜 이러냐고 여쭈었더니 집 앞 감나무에서 딴 것이라고 한다. 테라스하우스 스타일의 빌라라서 조그맣게나마 앞뒤마당이 있고 연로하신 어머님께서 아침, 저녁으로 화초 가꾸기에 시간을 보내신다. 단감 몇 조각을 맛보다가 씨 몇 개를 받아 두었다. 포항 집에 가서 베란다 화분에 심어 볼 참이다.

필자는 화분 가꾸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좋은 화초들을 사서 가꾸는 스타일이 아니고 산이든 들이든 눈에 뜨이는 방금 싹튼 듯한 작은 것들을 옮겨 심거나 씨앗을 얻어서 싹틔워 내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러한 습관은 취미라기 보다는 약간은 센티멘탈한 필자의 성격 탓일 것이고 절약을 핑계로 화초든 뭐든 큰 돈 쓰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산 야자나무, 아보카도, 아주까리 등은 씨를 직접 심은 것이고 홍콩야자, 홍단풍 등은 작은 것들을 얻어다 키워낸 것이고 떡갈야자, 동양난 등은 꽤 자란 것들을 선물 받아 키우고 있는 중이다. 검정대나무는 이 지역에선 드믄 것인데 한 뿌리 얻어다가 심어 놓았더니 키가 1.5m 넘게 자라났다.

하지만 밤나무처럼 씨로 키워 내어 어느 정도 자라다가 죽어버린 것도 있고 대추나 석류처럼 아예 싹트지 않은 것들도 있다. 물론 키위나무처럼 꺾꽃이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경우도 있다.

40~50cm로 자라난 잎 넓은 야자나무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포모나 캠퍼스에서 아주 작은씨를 주워와 싹틔운 것이다. 지금 80cm 높이로 길게 자란 아보카도나무는 아보카도열매를 먹고 남은 커다란 씨를 물병에 띄워 싹을 틔워내고 화분에 옮기기를 여러 차례 끝에 성공한 것이다.

아주까리는 나무가 아닌 1년생 풀이지만 서울 북촌에 살던 한 노신사의 이야기를 읽고 같이 따라 해보려는 참이다. 이 분은 지난 40년 동안 북촌 뒷골목 한 모퉁이에 아주까리를 심어 골목을 푸르게 하고 잎은 따서 이웃과 나물로 무쳐먹고 가지는 잘라 말려두고 등산용 지팡이를 만들고 그 위에 잉크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으며 이를 짚고 서울 근교 산에 안가본 곳이 없다고 했다.

키위는 선친께서 수십년전 일본에서 한그루 얻어다 고향집에 심어 크게 덩굴로 자라난 것인데 가지 몇 개 잘라다가 싹 틔워보려 했으나 실패해서 안타까움이 크다. 함께 가져온 무화과나무도 실패했다. 포항이 그곳보다 남쪽이므로 잘 자라날 것도 같은데 잘 되지 못했다.

그 외에도 인도고무나무, 테이블야자, 해피추리, 관음죽, 산세베리아, 덩굴장미, 옹옥선인장, 접란 등이 잘 자라고 있다. 기회가 나면 소나무 분재, 다년생 토마토, 레몬 등도 심어보고 싶다.

필자가 살던 로스앤젤레스 집 뒤뜰에는 키가 6~7m에 달하고 직경이 5cm가 넘는 갈대숲이 있다. 대나무 같이 40~50개가 높게 자라났는데 이웃들은 이것이 대나무인지 갈대인지 논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20여년전에 필자가 앤젤리노 마운틴 언저리에서 조그맣게 자라던 갈대를 옮겨 심은 것인데 토지도 비옥하고 물도 풍부하므로 굵게 자라는 것 같다.

과거 선조들은 집터 뒤에 대나무 숲을 조성해놓고 앞뜰에는 감나무, 석류, 그리고 매화를 심고 사시사철 자연을 즐기며 살았다. 하지만 아파트 생활에 길들여진 우리는 베란다에 몇 개 화분이나 가꿀 뿐이다.

그러나 작은 공간에서도 생태공간을 꾸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작은 정원 가꾸기 지침서도 서점에 나와 있지만 도심의 작은 공간이나 베란다와 옥상을 생태정원으로 꾸밀 수 있다. 서울 명동의 유네스코회관 옥상정원도 아기자기한 꽃과 나무들이 이색적이다. 로스앤젤레스 `리틀도쿄`에도 건물 사이의 조금만 틈바구니들을 이색적인 정원으로 꾸며 놓은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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