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일 연
내 언제 저렇도록
맹목을 위하여만
저무는 너의 유리창에 부서질 수 있을까
무섭지도 않느냐 어리고 가벼운 것이
내 정녕 어둠 속에
깨끗한 한 줄 시로만
즐겁게 뛰어내리며 무너질 수 있을까
온 하늘을 뒤덮으며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한 생을 살아온 자신을 들여다보며 회한에 젖어있다. 맹목으로 표현한 저 흰 눈들의 거침없는 투신을 바라보면서 한 생을 살아오면서 그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온전히 자기 자신을 쏟아 부은 적이 있었던가. 나를 던져 즐겁게 무너져내릴 수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의 시간들을 한번은 돌아보게 만드는 시가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