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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악기

등록일 2013-11-11 02:01 게재일 2013-11-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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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현 수
늙으면 악기가 되지

어머니는 타악기가 되어

움직일 때마다 캐스터네츠 소리를 내지

아버지가 한 때 함부로 두드렸지

잠시 쉴 때마다

자식들이 신나게 두드렸지

석탄먼지 속에서도

쿨럭, 거리며 두드렸지

뼈마디마다

두드득, 캐스터네츠는 낡아갔지

이제 스스로

연주하는 악기가 되어

안방에서 찔끔

베란다에서 찔끔, 박자를 흘리고 다니지

평생 동안 남편과 자식들을 챙기고 키우느라 어머니는 헌신한다. 온 몸을 다 써버리는 것이다. 이제 연세가 높으신 어머니의 몸에서는 각종 신체의 부분들이 마모되고 기능이 저하되어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면서 소리가 난다. 시인은 그 소리를 캐스터네츠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땅 어머니들의 몸 어딘들 그런 소리가 나지 않겠는가. 오롯이 자기를 다 헌신해버린 빈 껍질 같은 통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그런 소리통인 이 땅의 어머니들에게 거수경례를 바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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