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상 욱
흰 선을 따라
바다가 하얀 이야기를 한다
하늘과 바다 사이에
백사가 사는 푸른 거울 속
은반지 낀 여인이 먼 길을 가는
저 너머에는
눈 멀고 귀 먹은 짐승들이 사는
섬이 있어
그곳에 가야 하는데
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눈 언저리에 눈물 아롱이는 하얀 섬이
방울 방울 떠 온다
나는, 아무 말도 적히지 않은
하얀 백지 한 장 둘둘 말아 허공에 건낸다
시인이 꿈 꾸고 있는 푸른 바다 밖의, 수평선 너머의 백사가 사는 세계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너머에는 눈 멀고 귀 먹은 짐승들이 사는 섬이 있다고 하는 거기는 어딜까. 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그래서 영원히 가 닿을 수 없는 거기는 어딜까. 거기는 실재하는 곳이 아니라 시인의,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욕망의 세계 혹은 이상의 공간이 아닐까. 끝내 거기에 닿지 못하는 시인은 하얀 백지를 허공에 건내면서 포기하고 항복해버리고 있다. 사람들 중에는 그걸 알면서도 쉬 포기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목마르게 갈구하고 갈망하기도 한다. 그것이 사람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