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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뿔이 그립다

등록일 2013-11-05 02:01 게재일 2013-1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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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권 숙
기층을 뚫고 푸석푸석 일기 시작한 흙바람을

만 리 길 저 묵음의 피리 하나로 마중 나온

푸른 순 여리디 여린 사월의 뿔들 봐라

긴 병고 급경사 진 내 스물의 해안에도

우우우 투우로 우는 비린 사월 한 자락

그렇게 돋았다 꺾인 뿔의 그루터기 봐라

저기 외뿔 축축한 낮달로 숨은 꿈들

하늘소가 연한 뿔로 서로 눈짓하는 것을

오늘은 그리움으로 사월 언덕 가 봐라

꽃다운 청춘의 봄날 갑작스런 병고로 시작된 가혹한 추락의 날들에 만난 것이 시조였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이 시조에서 사월의 뿔, 그 여리디 여린 새 생명의 초록 불꽃을 본다. 숨은 꿈들을 품고 건너가는 하늘소의 연한 뿔에 감기는 사월의 바람과 그 생명 촉진의 기운은 시인을 소생시키고 다시 사월의 언덕을 넘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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