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주 태
세 번의 고비가 온다고 했는데
한번은 은행 신축 공사장에서
철근 더미에 깔렸다가 용케도 일어 선 것이고
또 한 번은 트럭 뒤 돌을 싣고 언덕 내려오다가
절벽 아래로 굴렀다
간신히 소나무에 걸려
지금까지도 이렇게
숨 할딱거리며 살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두 번째 고비까지 넘겼다고 생각되는데
늦도록 술 마시다
문득 불안한 세 번째 고비를 생각하며
어두운 골목 걸어오면서
아무도 없는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자꾸 돌아본다
비틀거리다가도 얼른 길을 바로 잡는다
인생을 누군가가 고해(苦海)라고 했던가. 한 생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은 고통과 시련의 연속이다. 아프고 아슬아슬하게 걸어온 지난날들을 돌아보는 시인의 눈이 아직도 불안하다. 그 어떤 예감으로 우리는 늘 희망적이거나 혹은 늘 불안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비틀거리다가도 얼른 길을 바로 잡는`시인의 태도는 본받을 만 하지 않을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