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문 자
3살짜리 암소가 석문이 등록금으로 팔려가는 날
외양간을 나서며 왕방울만한 두 눈에 눈물이 흐른다
할머니는 자식 같은 소 잔등을 쓰다듬어준다
에미, 애비 없는 손자
석문이의 앞날을 등에 짊어지고
뚜벅뚜벅 앞마당을 걸어 나가는 3살짜리 암소
할머니는 소 울음소리를 받아 삼키며
어여, 어여 가자고 손짓 눈짓으로 배웅을 했다
시를 읽다가 가슴 한 쪽이 콱 막혀오는 듯한 아픔을 느끼게 하는 쓰라린 서사가 바탕에 깔린 시이다. 부모를 다 잃은 손자 석문이의 등록금을 위해 애지중지 키워오던 암소를 팔러가는 날, 소도 울고 할머니도 울고 하늘도 울어주는 슬픈 그림 한 장을 보면서 이런 기막힌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흔하게 놓여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눈길도 조금만 주위를 살펴보면 가슴 뭉클한 감동에 들게 될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