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희 덕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숨 막힐 듯한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새에서 나 여기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에 귀 기울이다보면 지하도에 웅크리고 있는 우리 시대의 아픔인 노숙자들을 떠올린다.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을 떠나 웅크린 삶을 살아가는 이 땅의 불쌍한 노숙자들은 언젠가 어린 풀숲과 꽃들이 피어나는 안온하고 평화로운 가정으로 돌아갈 것을 염원하며 밤새워 피 끓는 울음소리를 토해내고 있는지 모른다.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진한 사랑으로 피어오를 노래를 부르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