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로 끝내 비(非)공무원 출입을 막았지만 북구청 구내식당은 푸짐한 점심이 금이천원, 노인과 아픈 이, 가난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뭉게뭉게 구름 피어오르고 큰 뚜껑 여닫는 소리, 여인네들 주고받는 목청이 꼭 옛날 옛적 잔치 마당 같은 거기서 여든 언저리 노인을 만났다 먼저 더듬더듬 밥, 반찬을 비닐봉지에 담아 손가방에 넣고 나서야 주름 환해지며 나머지를 먹기 시작했다 몇 차례 못 본 척, 묻지도 않았는데 그날은 등 뒤쪽으로 소리 안내고 지나가는 발자국처럼 들릴락 말락 이랬다.
집에 아픈 사람이 혼자 있어요
참 아름다운 그림 한 장이다. 어느 구청의 구내식당에서 시인이 본 참으로 감동적인 그림 한 장이 아닐 수 없다. 여든 언저리의 노인이 집에 혼자서 끼를 기다리는 아픈 배우자를 위해 밥과 반찬을 손가방에 몰래몰래 넣은 이후에야 몇 숟가락 자신의 밥을 먹는 모습이야말로 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