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무
산발한 채 달려드는 빗줄기
불빛의 혀로 감싸 안는 기둥들
불어난 물살에
떠밀려가는 냇가의 돌들
갑작스런 방문에 부산스러운 것들
깜깜한 황홀의 소용돌이
가라앉은 뒤
낱알 뱉어낸 푹 꺼진 자루로 남아
오래 허전하고 아픈 영혼들
태풍의 거센 바람과 세찬 빗줄기를 견디는 나무들과 거친 물줄기에 단단히 자기를 옮아매고 견디는 냇가의 돌들을 본다. 태풍 지난 뒤의 여러 생채기를 보면 그래도 꿈쩍하지 않고 그 어려운 상황을 견디고 버틴 강단진 그들의 생명력을 본다. 깜깜한 황홀이 지난 뒤의 자연처럼 의연하게 우리에게 닥쳐오는 인생의 강력한 태풍을 맞을 수는 없는 걸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