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 조
- 얘야, 꽃은 보여주는 것만 아니다, 라며 무화과 꽃, 저 혼자 꽃받침 속에서 필 때 쯤 독장골 나락 논에 엎드려 두벌, 세벌 김매다 휘어진 등짝으로 팔 남매 꽃피워낸 당신
- 무화과는 속에서부터 익는 열매란다.
당신의 아이, 그 아이의 아이
그 아이의 육 개월 된 딸 민채를 품에 안고
줄장미 담장 곁,
당신이 깔아놓은 30년생 짙은 그늘 아래서
이 땅의 아버지들은 어쩌면 꽃 피우지 않아도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입안에서 구르는 열매를 내놓는 무화과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평생을 꽃피워보지 못하고 자식을 위해 희생과 정성과 사랑을 다 바친 그들이다. 등짝이 휘고 몸이 쪼그라든 어르신네들을 보면, 그 깊은 눈빛을 마주치다보면 가만히 거수경례를 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식들을 위해 한 평생 자기를 다 쏟아 부은 그 거룩한 본능에 감사와 외경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