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승 원
두꺼운 자궁 속에 담겨 있던
씨알맹이 아니었으랴
그 아름답고 슬픈
벗어나기
뱀이 허물을 벗듯이
자유는
스스로와 우주를 파괴하는 자이면서도
지금보다 더 드높이 날 수 있는 날개 아닌가
세상 모든 근원이 자유에서가 아니라 구속에 있다라는 시인의 인식이 흥미롭다. 시인은 인간의 태어남 자체가 자유에서 구속이 아니라 그 역(逆)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이란 그 근원적 묶임의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아닐까. 지금보다 드높이 낡아오르기 위해서는 벗어나기와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파괴라는 폭력적 과정을 그쳐야한다는 점에서 이 시의 제목이 `모순` 인 것이다.
<시인>